“병장 월급, 소위보다 더 받는다”…‘병사 월급 200만원’ 후폭풍 만만찮아

2025년 병장에게 매월 205만원 지급키로
소위·하사, 군무원 7급 1호봉 월급보다 높아
월급 역전 현상, 재원 확보 문제 숙제로
지난 7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MZ세대의 군생활이 안전하고 유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 달라”면서 “병사 봉급 200만원 이상을 차질 없이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병사 봉급 인상은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 취임 후 열린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병사 봉급 인상 등 국민께 약속한 국정과제는 절약한 재원으로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67만6000원인 병장 월급은 2023년 100만원, 2024년 125만원, 2025년 150만원으로 오른다. 병사들의 자산 형성 프로그램으로 지급하는 정부지원금도 현재 14만1000원에서 2023년 30만원, 2024년 40만원, 2025년 55만원으로 오른다. 2025년이면 병장이 월급과 정부 지원금을 합쳐 매달 205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군무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7~9급 군무원이 받는 실수령 월급보다 병장 월급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초급 간부들의 불만도 크다. 하사 1호봉, 소위 1호봉 월급 역시 200만원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흰색 마스크) 대통령이 2021년 12월 후보 시절 전방부대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을 공약했고 오는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을 20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소위 초봉도 175만원인데…
군무원은 주로 각급 부대에서 행정, 시설과 무기 관리 등을 맡는 민간 인력이다. 특정직 공무원으로 봉급체계는 일반직 공무원과 같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군무원(공무원) 7급 1호봉의 급여는 192만9500원이다. 8급 1호봉은 172만300원, 9급 1호봉은 168만6500원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보다 일부 군무원들이 받는 봉급(시간외근무 등 각종 수당 제외)이 적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무원 갤러리’ 등 군무원 커뮤니티에서는 “병장 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라며 군무원 처우가 병사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80만원대인 병장 월급은 2025년 205만원으로 오른다. 현재 군무원, 초보 간부 등의 월급보다 병사 월급이 높아지는 ‘봉급 역전 현상’이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플리커
병사 월급 200만원은 1호봉 기준으로 소위와 하사 월급보다 많기도 하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2년 군인 봉급표에 따르면, 부사관인 하사 1호봉의 봉급은 월 170만5400원, 중사 1호봉은 179만1100원이다. 또 위관급 장교인 소위 1호봉은 175만5500원, 중위 1호봉의 경우 192만900원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직업군인보다 높은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며 ‘군인 봉급 역전’ 현상을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다.
대학교 1, 2학년 때 선발과정을 거쳐 3, 4학년 동안 학교에서 후보생 생활을 하고 졸업과 함께 소위로 임관하는 학군사관 후보생(ROTC)이 임관해 받는 소위 1호봉 월급도 175만5500원이다. 
ROTC는 18개월인 병사에 비해 복무기간도 28개월로 길다. 긴 복무기간에 비해 낮은 월급 때문에 ROTC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병사보다 낮은 월급을 받는다면 지원률이 더 하락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병사 월급 인상에만 매년 5조원 필요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이 나왔을 때부터 ‘군인 봉급 역전’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많았다. 병사 월급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병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봉급을 받으면서 긴 복무 기간, 높은 업무량, 큰 책임감을 감당할 간부 지원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봉급 역전 현상을 우려해 병장 월급 인상이 간부 급여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뒤 병장 월급 인상 시기에 맞춰 간부 급여도 함께 인상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사관부터 장군까지 월급을 줄줄이 올리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 200만원 실행에 필요한 예산은 매년 5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국방 예산 54조6112억원의 9.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간부 월급까지 인상하면 8조~1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더 들어간다. F-35 스텔스 전투기 40대 또는 최첨단 사드 8개 포대를 도입할 수 있는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SNS를 통해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공약했고 병사 봉급 인상을 거듭 강조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당장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정부는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병사 월급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공약 파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줄 공약 ‘병사 월급 200만원’을 올리며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혀왔다. 
◇병역 ‘의무’ 아닌 ‘보상’ 필요하지만…
병사 월급 인상은 역대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나란히 병사 봉급 2배 인상을 공약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임기 동안 약속대로 병사 월급을 10만8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2배 늘렸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문 전 대통령은 다시 월급 인상을 공약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까지 병사 봉급을 최저임금의 50%인 70만원 수준이 되도록 인상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2017년 21만6000원이던 병사 월급은 올해 67만61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윤석열 정부에선 2025년까지 병사 월급을 150만원으로 올리고 정부 지원금을 더해 205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병역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보상 차원에서 월급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병사 월급 인상이 공약으로 이어지는 건 병역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그만큼 달라졌기 때문이다. 6.25 전쟁 이후 오랜 기간 군복무는 국민이 이행해야 할 ‘의무’라고 여겨졌다. 이 때문에 낮은 급여와 열악한 환경도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청년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군복무를 하는 동안 사회는 빠르게 변화했고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은 급속히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박탈감을 느꼈다. 
1999년 군 가산점 위헌 판결은 이같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가를 위해 희생했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병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의무’에서 ‘보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군가산점 제도가 무력화되자 주목받은 대안이 급여 인상이었다. 군복무가 학업이나 경력 단절, 사회 진출 지연 등 개인적 희생과 손실이 있는 만큼 월급 대폭 인상을 비롯한 보상을 강화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병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병사 월급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형평성 문제나 재원 확보가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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