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신도 찍는 AI 배우…연기 실력은?

AI 인간 이제 연기까지…카메오부터 정식 배역도 소화
대본 입력만 하면 AI 배우가 말하는 서비스도

‘로봇 같다.’ 흔히 드라마에서 배우가 어색하게 연기할 때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배우의 연기력은 어떨까요? AI로 만든 디지털 인간은 그동안 인스타그램이나 광고 사진과 같은 멈춰있는 매체에 많이 등장했는데요.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길지 않은 광고나 대사 없이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에 주로 나왔습니다. 그런 AI 인간이 이젠 드라마에도 출연합니다. 말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의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서진 등 실제 배우들과 호흡한 AI 배우들

최근 AI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의 멤버 재인도 웹드라마 '안녕하쉐어'에서 연기자로 데뷔했습니다. '안녕하쉐어'는 이터니티를 만든 AI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레디엔터테인먼트가 함께 만든 4부작 웹 드라마입니다. AI가 정식 배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웹드라마 ‘안녀하쉐어’에서 정식 배역을 맡은 재인. /MBC뉴스 유튜브 캡처
드라마에서 재인은 SNS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인플루언서로 등장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상대이자 여자 주인공의 친한 친구 역할인데요.

재인은 실제 배우와 똑같이 평범하게 대화하고, 키스하는 장면을 찍었습니다. 그의 소속사이자 제작사인 펄스나인의 ‘딥리얼 AI’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딥리얼 AI 기술은 대역 배우의 동작을 촬영해 그 위에 국내 가요계 스타들의 표정과 입모양, 몸짓과 같은 데이터 20년치를 AI가 학습해 덧입히는 방식입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로 출연한 로지. /ᄐᄇᄐᄇ TVTV 유튜브 캡처
재인이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에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한 AI 인간이 있습니다. 바로 로지입니다. 로지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을 모아 탄생한 22세의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제작했습니다. 신한 라이프의 광고 모델로 유명합니다.

가상인간 로지는 지난 2월에는 티빙(TVING)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 10회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극 중 가발로 꽁꽁 숨겨왔던 민머리 이서진의 비밀이 공개되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놀라는 연기를 합니다. 또 세미나에 참석한 게스트를 소개하는 장면에도 로지가 잠깐 등장했습니다.


◇AI 연기자 목소리로만 만든 웹드라마

오로지 AI가 말하는 음성으로만 만든 드라마도 나왔습니다. 최근 네이버는 제페토 웹드라마 ‘세상은 멜로틱’을 공개했습니다. ‘세상은 멜로틱’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와 AI 성우 기술이 결합한 형식의 웹드라마입니다.
세상은 멜로틱. /AJTV 유튜브 캡처
유명 성악가를 아버지로 둔 주인공 ‘혜나’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며 성악가로 입지를 다지는 이야기입니다. 혜나는 신인 작곡가 ‘민준’과 싱어송라이터 ‘장훈’을 만나 새로운 행복을 찾아갑니다. 실제로 AI 성우의 연기력은 어떨까요. 댓글을 살펴보면 ‘새로운 시도다. 하지만 어투가 좀더 부드러우면 좋겠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시도는 참신하나 아직 AI 연기자의 대사 능력이 실제 배우의 말처럼 듣기에는 어색하다는 거겠죠.

◇본격 AI 연기자로 키운다…실제 배우 소속사와 계약도

연기자들이 소속된 실제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AI 인간도 있습니다.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리나(RINA)입니다. 그는 최근 국내 대형 소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써브라임에는 배우 송강호와 비, 하니, 기은세, 윤정희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넷마블은 지난 1월 신작 PC게임 '오버프라임' 영상을 통해 리나를 처음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리나는 다른 AI 인플루언서들과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다양한 SNS 채널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그는 넷마블의 게임에 캐릭터로 등장할 뿐 아니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넷마블이 만든 AI 인간 리나는 연기자들이 소속된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넷마블 제공
시장 흐름이 이렇다 보니 실제 인간이 아닌 AI 인간을 위한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메가메타'입니다. 이 회사는 국내 유명 소속사인 ‘판타지오'의 창업자 나병준 씨가 부문 콘텐츠 전략부문 대표로 합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병준 대표는 하정우와 지진희, 정경호, 서강준, 공명, 차은우, 김도연 등 유명 연예인들을 키운 경험이 있습니다. 

나 대표는 “디지털 인간 제작 기술에 연예인 매니지먼트 노하우가 더해져야 더 완성도 높은 디지털 휴먼이 될 수 있다”며 “다수 개발사들과 협력해 디지털 휴먼 산업 생태계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 연기자

대본만 있으면 AI 인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하는 회사도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 연기자로 음성과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타입캐스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오사피엔스인데요.
네오사피엔스는 AI 음성 합성기술을 활용해 나연 양의 목소리를 재현했다. /MBC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캡처
네오사피엔스는 지난 2017년 카이스트 및 퀄컴 출신의 전문가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지난 2020년 MBC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일곱 살 나연이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화제가 됐던 회사입니다.

네오사피엔스가 운영하는 타입캐스트 서비스는 대본만 입력하면 실제 성우나 배우가 연기한 것처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네오사피엔스에는 약 170명의 AI 연기자가 있습니다. 이 연기자들은 성우부터 아나운서, 캐릭터, 강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70명의 AI 연기자를 보유한 네오사피엔스. /네오사피엔스 홈페이지 캡처
AI 연기자들이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실제 사람 목소리를 쓸 때보다 훨씬 예산을 아낄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실제 사람을 고용하면 인력 섭외, 녹음, 편집 등에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들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타입캐스트의 가입자 수는 100만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방송 내레이션과 홈쇼핑 같은 1시간이 넘는 장편 콘텐츠에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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