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도, 호주도 OK”…어디서 일해도 괜찮다는 한국 회사, 어디?

# 몰디브에서 원격근무 중인 30대 직장인 A씨. 아침에 일어나 그가 가장 먼저하는 일은 창문을 여는 일이다. 바다 쪽으로 시원하게 난 창문을 열면 몰디브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고, 야자수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따뜻하다.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노트북 전원을 켜놓고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며 메일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오전 일을 본다.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싸서 바다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오후에는 다시 일을 한 뒤 퇴근 후 저녁 장을 보러 나간다.
워케이션을 즐기는 모습. /호텔스닷컴
모든 직장인이 부러워할 A씨의 직장생활은 곧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직원들에게 펼쳐질 수 있는 미래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1월 1일부터 근무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골자만 본다면 회사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굳이 회사나 집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A씨 사례처럼 비행기로 8시간 30분이 걸리는 몰디브에서 지내며 일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구성원들 간 원활한 소통과 업무 협조를 위해 필수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코웍(co-work) 타임과 자신의 근무시간만 성실하게 준수한다면, 그 직원이 어디에서 일하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실시 배경으로 보입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으면 실시하기 어려운 제도인만큼 회사와 직원들 간 신뢰가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로 근무시간도 더 유연하게 바뀐다고 하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의 직원들은 현재 하루 7시간(월요일은 4시간), 주 3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주 40시간이 기본인 다른 직장인들 보다 무려 8시간이나 적게 일하고 있는 셈인데요. 여기서 우아한형제들은 한발 더 나아가 월 단위로 총 근무 시간을 보기로 해 업무량 혹은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주는 50시간을 일하기도, 어떤 주는 30시간만 일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거치면서 근무환경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인 규율 위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연말까지 주1회 사무실에 출근하는 체제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최종 근무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으로 확정이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워케이션을 즐기는 모습. /호텔스닷컴
모바일 메신저 라인 운영사 라인플러스는 이미 7월 1일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격으로 근무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워크 2.0.’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한국과 시차가 4시간 이내인 국가라면 직원들이 어디서 근무하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일본과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몰디브, 괌, 사이판, 호주 등지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체류 기간은 90일 한정입니다.
라인플러스는 2021년 7월부터 직원들이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휴가지에서 한 달 이상 일할 수 있게 하는 혼합형 근무 제도인 ‘하이브리드 워크 1.0’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일찌감치 제주와 양양 등 국내 각지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며 일할 수 있었던 것이죠. 원격근무를 시행해 본 결과 라인플러스는 이번 2.0 제도를 실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무실이나 집에서만 일하라는 법 없잖아요?…휴양지 근무 가능한 워케이션 확산
답답한 사무실이나 집을 벗어나 일할 수 있다면 근로자들에게는 더없는 리프레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요즘 말로는 워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일정 기간동안 휴양지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기는 새로운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재택근무를 계기로 워케이션을 실시했고, 이러한 근무 형태의 장단점을 비교해 근무 제도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티몬 역시 2022년 7월부터 전면적인 리모트(remote) 워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것인데요, 사무실이나 거점 오피스가 아니더라도 업무가 가능한 장소라면 어디든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티몬은 이미 2022년 5월부터 제주와 부산, 남해 등지에서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을 위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시행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제주(세화, 김녕)와 부산, 남해에 있는 숙소와 공유 오피스에서 4박5일간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을 위해 드는 숙박비와 왕복교통비 등도 회사가 지원합니다.
강원도 동해로 워케이션을 떠난 야놀자 직원의 모습. /야놀자
야놀자도 동해와 여수 등지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야놀자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7일 동안 묵을 호텔을 지원하고, 근무가 가능한 주변 카페를 대관해 일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하루 세끼 식사와 사무용품까지 무료로 지급한다고 하네요.
CJ ENM 직원들은 일하면서 ‘제주 한 달 살기’를 합니다. CJ ENM은 매달 직원 10명을 선발해 제주 월정리 거점 오피스에서 일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는 데다가,   체류비까지 200만원을 주다 보니 직원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합니다. 
제주 한 달 살기는 개별적으로 가면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생각보다 비싼 휴가입니다. 근데 한 달 살기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면서 일도 할 수 있고, 이때문에 월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워케이션 형태의 근무는 일과 삶의 양립을 원하는 요즘 직장인들에게 맞춤한 정책으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습니다. 세무 서비스 기업 ‘자비스앤빌런스’도 6~8월 중 한 달간 워케이션을 떠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고,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100% 원격근무 시행으로 실제 9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10%가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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