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이 가는 ‘바다의 테슬라’…선박도 ‘자율운항’ 시대

공상과학(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미래 운송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달리는가 하면 배달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드론택배도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엔 선장없이 스스로 운항하는 선박도 나왔는데요. 자율운항 선박은 사람이 없어도 인공지능(AI)이 날씨와 주변 선박, 암초 등 해상 장애물을 스스로 파악해 운항합니다. 이런 이유로 유명 전기차 기업 이름을 따 ‘바다의 테슬라’라고 부르기도 하죠.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인 ‘하이나스 2.0’ 실행 화면. /현대중공업그룹
지난 7월 12일 인천 중구 을왕동 영종도 왕산마리나항에선 자율운항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가 선장?항해사 없이 사람들을 싣고 20분간의 항해를 마쳤습니다. 이런 기술을 선보인 곳은 세계 1위 조선 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인데요. 아비커스 2호에는 6대의 서라운드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인공지능,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기와 함께 항해보조 시스템 ‘나스2.0’과 접안지원 시스템 ‘다스 2.0’ 등이 탑재됐습니다. 
나스는 쉽게 말해 자율운항을 담당하는데요. 카메라와 센서 정보를 통해 주변 선박 등 장애물을 탐지합니다. 갑작스럽게 다른 선박이 튀어나올 경우 선체를 자동으로 꺾어 충돌을 피하기도 합니다. 다스는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선박 주변을 탑뷰(top view) 형태의 실시간 영상으로 구현해 자동제어를 지원하는 기능입니다. 주로 보트 운항 시 가장 어렵다는 정박을 해내죠. 
현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은 상용화에 성공해 세계 각국의 선주(船主)로부터 210여건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개발을 마친 아비커스의 2단계 기술은 2022년 하반기 중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자율운항 선박이 본격 상용화하면 해상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을 해소하고, 오염물질 저감 등을 통해 환경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프리즘 커리지호. /현대중공업그룹
앞서 아비커스는 지난 6월 2일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SK해운과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을 출발해 파나마운하를 거쳐 태평양을 건넌 뒤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도착한 것인데요. 총 운항 거리 약 2만km 중 절반인 1만km를 스스로 운항했다고 합니다. 이 선박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인 ‘하이나스(HiNAS) 2.0’이 적용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을 크게 4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고,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수준입니다. 3단계는 선원 없이 원격 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선박의 운영체제가 스스로 결정?운항하는 수준입니다. 1~3단계는 부분 자율운항,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으로 구분합니다. 
하이나스 2.0은 인공지능이 선박을 직접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최적의 경로와 항해 속도를 찾는 것은 물론 야간이나 해무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운항합니다. 아비커스에 따르면 이번 대양횡단에서 선박이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한 결과 연료 효율이 약 7% 올랐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줄였습니다. 또 운항 중 다른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100여 차례 충돌 가능 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비커스는 새로운 운항 기술을 인증해주는 미국선급협회(ABS)에서 자율운항 대양횡단의 결과증명서를 받은 뒤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3년 상반기까지 디지털 지도 위에 선박을 누르면 건조 현황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시각 정보로 얻고, 크레인과 지게차를 비롯한 동력장비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가상 조선소를 만들 예정입니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 최종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 낭비 제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해양수산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선박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부분 자율운항을 목표로 2021년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띄웠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개발한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2022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2021년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습니다.
해외에선 미국의 IBM이 국내 조선 기업과 자율운항 기술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아직 자율운항선 관련 표준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미래 선박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IMO는 2025년까지 자율운항선박의 용어 등을 정립하고, 2028년에 관련 규약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IBM의 ‘메이플라워호’는 자율운항 4단계 기술로 영국에서 미국까지 대서양을 40일만에 횡단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메이플라워호는 길이 15m, 무게 5t 수준의 소형 실증선인데요. 카메라 6대와 30여개의 센서 등에서 수집한 환경 정보를 토대로 속도와 방향 등을 직접 운항했다고 합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 마켓리포트(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달러(약 295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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