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노 ‘갑질(gapjil)’?…해외서 주목한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입력 : 2022.07.15 06:00 | 수정 : 2022.07.15 10:35

    CNN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한국 직장 갑질 부활”
    뉴욕타임스도 한국 기업 오너가 갑질 폭행 역사 언급
    ‘두유 노(Do You Know) 클럽’을 아시나요? “두유 노 BTS?” “두유 노 손흥민?” “두유 노 오징어게임?” “두유 노 김치?”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인물이나 문화를 언급할 때 쓰는 표현인데요. 앞으로는 “두유 노 갑질(gapjil)?”이라는 표현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갑질(gapjil)’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갑질이란 표현이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CNN과 뉴욕타임스 등은 한국의 직장 내 갑질을 ‘gapjil’이라고 표기하고 한국의 고질적인 직장 문화에 대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면서 이런 갑질도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실제로도 그럴까요?
    최근 외신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한국의 직장 내 갑질 문화가 부활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픽사베이
    ◇엔데믹으로 부활한 직장 내 갑질
    “재택근무를 끝낸 한국의 직장인들이 출근을 재개하면서 직장 내 갑질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고질적인 직장 문화다.” 
    얼마 전 CNN은 한국의 직장 문화를 소개하며 갑질을 ‘gapjil’로 표기하고 엔데믹으로 출근이 재개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인용했는데요.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이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23.5%였지만 지난 6월 조사에서는 29.6%로 6.1%포인트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상사의 모욕적 언사에 위협을 느꼈다거나, 한밤중에 술 취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포함한 문자를 받았다는 등 구체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여성과 계약직 직원들이 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사도우미 등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 ‘직원 갑질 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 사례도 거론했습니다.
    CNN이 최근 보도한 ‘한국의 직장인들이 회사로 돌아오면서 직장내 괴롭힘 갑질도 돌아오다’는 제목의 기사. 갑질을 ‘gapjil’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갑질을 ‘gapjil’로 표기하며 권력을 가진 ‘갑’이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을’을 학대할 때 사용되는 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직업, 직함, 부에 따라 결정되는 한국의 깊은 계급사회에서 아무도 이 갑질의 발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는데요. 그 예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SK가문 최철원씨의 야구방망이 구타사건 등을 들었습니다.

    ◇법도 막지 못하는 갑질 문화 
    K-직장인이라면 직장 내 갑질이 낯설지 않지만 갑질이라는 단어 자체는 국내에서 쓰인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갑(甲)과 을(乙)은 주로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양쪽 당사자를 일컫는 칭호인데요. 당초 갑과 을은 그 자체의 법적 지위가 나뉘어 있다기보다는 편의상 구분에 가까웠습니다. 고용계약서라 치면 회사 고용주는 갑, 고용되는 노동자는 을로 칭하는 것이죠. 주도권을 갖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쪽을 갑이라 하면서 이는 점점 우월한 지위를 나타내는 표현이자 인식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배경으로 ‘갑질’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했고요.
    갑질은 주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본사 직원이 협력 업체에, 식당 등 서비스업 손님이 종업원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함부로 대하는 말과 행동들을 말하는데요. 갑질이라는 표현이 쓰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아도 ‘갑질 문화’ 자체는 오래 전부터 만연해온 문제였습니다.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직장 내 갑질로 고통받는 직장인이 많다. /픽사베이
    특히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했죠.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데요. 법을 위반해도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1차 가해가 일어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뿐 형사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2차 가해가 일어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2019년 7월부터 2021년 말까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만4327건 중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79건으로 1.25%에 불과합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연도별 처리현황’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에서 제외된 사업장은 2020년 268건에서 작년 31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4명, “직장 갑질 심각해”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어떤 갑질을 가장 많이 당할까요? 직장갑질 119가 직장인 지난 6월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모욕·명예훼손’이 1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당지시’(16.1%), ‘따돌림·차별’(13.4%), ‘업무외 강요’(13.1%), ‘폭행·폭언’(12.2%) 등의 뒤를 이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 상사가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 캡처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 39.5%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건데요.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 갑질을 경험했고, 그중 40%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또 직장인 10명 중 1명(11.7%)은 심각한 괴롭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괴롭힘을 당한 이들 중 11.5%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6.8%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 24.7%, ‘비슷한 직급 동료’ 22.6% 순이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가 33.3%, ‘사용자의 친인척’이 10.3%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총 43.6%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외 대상이라 안타깝게도 아무런 처벌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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