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보다 싸다”…고물가에 날개 단 밀키트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이어 요즘에는 밀키트만 전문으로 파는 무인 매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처럼 밀키트를 많이 이용하나 싶지만, 일단 이용해 본 사람들은 밀키트를 알게 된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밀키트가 효자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도대체 밀키트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걸까요.
밀키트는 쉽게 말해 재료 손질이 다 돼 있고, 각 재료와 소스도 정량이 들어 있어 누구나 간편하게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키트를 말합니다. 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한 팩을 사면 2~3인 정도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시판 중인 된장찌개 밀키트 세트에는 된장 소스와 두부 한 모, 진공팩에 포장된 소고기와 썰어져 나온 호박, 파, 팽이버섯이 들어 있습니다. 만드는 법도 간단합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포장된 재료를 넣은 뒤 10분만 끓이면 끝입니다. 밀키트는 보통 15분 정도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는 물론 파스타에 마라샹궈, 닭도리탕까지 뚝딱 완성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가격도 보통 1만원 내외로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고물가 시대 핵가족에 특히나 유용
국물요리 밀키트를 고르는 소비자들. /이마트 제공
밀키트는 고물가 시대에 더 유용합니다. 특히 식구 수가 적은 경우에 더 그렇습니다. 식구 수가 적은 경우,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을 하려면 양파나 파, 무 등의 식재료가 항상 남기 마련인데요, 이걸 빠른 시일 내에 해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썩혀서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살 때는 이것도 해먹고, 저것도 해먹자고 마음을 먹지만 어디 직장 다니면서 스스로 밥해먹는 게 그리 쉽던가요. 냉장고 한 켠에서 주눅든채 있던 재료들은 항상 곰팡이가 피거나 상해 버려지기 일쑤였습니다.
버리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일단 살 때부터도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맞벌이 가정인 A씨 부부는 최근 저녁식사를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1만5000원을 주고 꽃게탕 밀키트를 구매했습니다. 오래 익혀야 하는 무가 들어 있어 30분 정도를 뭉근하게 끓여 맛있게 먹은 이 꽃게탕, 재료를 각각 따로 구매했다면 얼마에 만들 수 있을까요.
해당 밀키트에는 냉장 꽃게 세 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냉동 꽃게를 아무리 싸게 사도 일반 소비자들이 사려면 8000원 가량은 줘야 살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재료도 대략적인 금액으로 계산해 보죠. 새우도 따로 사려면 2000원, 콩나물 1000원, 쑥갓 2000원, 생선내장(곤이, 이리) 3000원, 무 2000원 등도 더해야 합니다. 양념 값을 제외하고 벌써 재료비로만 1만8000원이 넘는 셈입니다.
한 끼 식사를 해도 재료가 좀 남으니 따로 사는 게 이득 아니냐고요? 부지런히 음식을 해먹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식구 수가 적은 경우 남는 식재료들은 거의 다 ‘쓰레기행’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리고 그걸 버리는 수고와 각 재료를 손질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등을 따져 보면 결코 밀키트가 비싸지 않다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 같습니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주방이나 가스불에 서 있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어 더 좋고요. 이런 편리함과 저렴함에 밀키트는 처음 나왔을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식들 출가시키고 부부 둘만 남은 506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밀키트 시장, 2025년 7250억원대 시장으로 커질 듯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인기가 높아진 만큼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017억원이었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0년 1882억원으로 성장했고, 2021년에는 2587억원까지 커졌습니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725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한때 밀키트의 인기를 두고 혹자는 팬데믹으로 외식이 줄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반짝 인기를 누리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자연스럽게 밀키트의 인기도 떨어질 것이라고요. 하지만 밀키트의 인기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시작한 2022년 초에도 여전합니다. 국내 밀키트 업계 1위인 프레시지의 2022년 1~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20% 늘었습니다. hy잇츠온(옛 한국야쿠르트) 역시 2022년 5월 밀키트 판매량이 전달 대비 18.6% 늘어 난 5만여개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도, 사먹기도 두려워”
픽사베이
물가가 오르면서 주부들은 장 보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돼지고기 한 근에 달걀 10개, 채소, 아이스크림 몇 개 사면 금방 3만~4만원을 훌쩍 넘기는 높은 물가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0% 올랐습니다. 6%의 물가상승률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예전에는 물가가 높아도 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채소 반찬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채소 가격이 고기 못지 않게 높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 자료를 보겠습니다. 적상추 1kg의 평균 소매가는 2022년 7월 6일 기준 1만6940원으로 1개월 전의 8500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양파도 1kg당 가격이 2579원에서 3902원으로 올랐습니다. 애호박도 개당 1158원에서 1865원으로 값이 뛰었습니다.
식재료 물가가 상승하면서 외식 물가도 덩달아 뛰고 있습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1인당 7000~8000원이면 밖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냉면 한 그릇만 먹으려고 해도 1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국내 외식 물가지수는 2021년 12월 대비 4.2% 증가했습니다. 반 년도 안 돼 외식 물가가 5% 가까이 뛴 겁니다. 때문에 요즘 음식점에 가면 ‘식재료비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1000~2000원씩 메뉴판 가격이 높게 수정돼 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장을 봐서 집에서 해먹기도, 사먹기도 어려운 고물가의 현실 속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만들어 먹기도 편리한 밀키트가 인기를 얻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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