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세요, 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입력 : 2022.07.09 06:00 | 수정 : 2022.07.11 10:47

    기업에 부는 복장 자율화 바람
    자유로운 조직 문화로 가는 변화의 과정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대신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사원, 대리, 과장뿐 아니라 이사, 대표 등 임원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편안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기업의 이런 복장 규정이 이직이나 입사 시 회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정장이나 넥타이를 벗고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자율복장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경영진 보고 때도 정장 대신 캐주얼 OK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삼성전자 임원들도 7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한다. 삼성전자가 매주 금요일 임원들을 대상으로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하는 ‘캐주얼데이’를 운영하기로 하면서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남성 직원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등 복장 자율화를 시행해왔지만 임원들은 예외였다. 
    임원들이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다 보니 직원들도 평상시에 편한 복장을 하기 어렵고, 이에 조직 이미지도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임원들도 자율복장제에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캐주얼데이에는 삼성전자 임원들도 재킷을 벗고 목깃이 달린 피케 티셔츠나 라운드티, 청바지 혹은 면바지, 로퍼나 운동화 등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출근하면 된다. 경영진에 보고할 때도 캐주얼 차림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당장은 경영지원실과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 직속 조직의 임원과 부서장 등이 대상이지만, 차츰 전 조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임원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만큼 사내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반바지와 샌들 허용하는 기업 확산
    대기업 임원들의 자율복장제는 최근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LS그룹은 대부분 계열사가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인 가운데 지주회사인 ㈜LS가 최근 임직원 자율복장제 대열에 합류했다.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은 이미 자율복장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이던 시절인 2019년 티셔츠와 청바지 등 자율복장 근무를 정착시켰다. LG전자도 2018년 9월 임직원 자율복장 근무제를 도입했다.
    자율 복장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청바지나 티셔츠뿐 아니라 반바지와 샌들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직장인도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에서 자율 복장 바람이 부는 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젊어지고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회사의 주축이 되면서 자율적인 기업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년 5월 근무 복장 규정을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자율복으로 변경한 CJ올리브영은 전체 임직원 평균 연령이 29세로,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젊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후드 티셔츠와 반바지는 물론 샌들까지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게 했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와 은행권도 복장 자율화 바람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자율복장제 시행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소 보수적인 제약사의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21년 7월부터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비롯해 동아ST, 동아제약 등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은 복장에 대한 특별한 규정없이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게 업무 효율을 높이는 자율복장을 하고 근무하면 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7년 10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캐주얼데이’를 처음 도입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캐주얼데이’로 지정해오다 2020년부터 매주 금요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자율복장제를 전면 확대해 임직원들은 요일에 상관없이 개인 업무 특성에 맞는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대웅제약은 2012년부터 시원한 업무 복장을 뜻하는 ‘쿨비즈’(Cool-Biz)를 시행했고, 2015년부터는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원들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외부 행사나 의전 등 공식일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장을 착용하되 재킷 없이 반팔 셔츠를 입고 넥타이는 매지 않아도 된다.
    파마리서치도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은 시간, 장소, 상황 등을 고려해 자유롭게 편안한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다.
    자율복을 입고 근무하는 우리은행 직원들의 모습. /우리은행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금융권도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며 복장 자율화에 나서고 있다. 
    2019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유니폼 의무 착용이 폐지됐고 우리은행은 2020년, 농협은행은 2021년 유니폼 착용을 없앴다. 유니폼 폐지를 넘어 자율복장제를 시행하는 은행도 많아졌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정장 착용 혹은 비즈니스 캐주얼까지만 허용했던 남성 직원들도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 복장도 허용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복장 자율화 ‘찬성’
    임직원들의 복장 자율화에 나서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국내 기업 44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1%가 조직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구체적인 노력 1위로는 복장 자율화(43.8%)라고 답했다. 
    자율 복장제를 향한 직장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복장자율화’를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 착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들은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 착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복장자율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장 자율화를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불필요한 회사 규율이나 관습을 없앨 필요가 있어서(36.7%)’를 꼽았다. 그리고 ‘업무효율 상승(33.5%)’, ‘사내분위기 전환(19.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복장 자율화를 찬성한다고 해서 모든 복장에 관대한 건 아니다. 운동복과   츄리닝, 모자, 지나친 노출복장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응답자들의 61.8%는 복장 자율화가 향후 이직 등 회사선택 및 입사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복장 자율화가 회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