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언제?”…국내·외 유니콘 기업들 몸값 폭락 중

추락하는 유니콘…티몬 기업가치 작년의 10분의 1
유망 해외 기업들, 경기 악화에 주가도 폭락

“매각은 아니지만 여러 투자자들과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논의 중인 건 사실이다." 

티몬 측이 일주일 전에 보도가 나온 매각설에 대해 묻자 한 말입니다. 지난 6월 27일 티몬 인수를 두고 경합해오던 토스페이먼츠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큐텐이 단독으로 협상 중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매각 소식보다 더 놀라운 건 떨어진 티몬의 기업 가치입니다. 논의 중이라고 알려진 티몬의 매각 가격대는 2000억원대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몸값 2조원이 거론됐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입니다. 

창업 1년 만인 2011년 처음 티몬이 리빙소셜에 매각된 가격은 3000억원입니다. 2015년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가 티몬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 기업 가치는 8600억 원이었습니다. 한때 나날이 몸값이 치솟던 회사가 티몬입니다. 티몬 측은 2000억원대 기업 가치에 대해 “어디서 매긴 기업 가치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 금액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6개월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티몬 슈퍼마트. /티몬
유니콘(비상장이면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조 단위의 몸값을 자랑하던 티몬이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인 관점 대신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수익 개선에만 열을 올린 것이 문제라고 평가합니다. 

대표적으로 티몬이 6개월 만에 철수한 생필품 최저가 판매 서비스 ‘슈퍼마트’ 서비스가 있습니다. 티몬 홈페이지나 앱에서 '슈퍼마트' 상품을 주문하면 가까운 배송지까지 3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티몬은 이 사업에서 결국 발을 뺐습니다. 빠른 배송은 오랜 기간 큰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조 단위의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티몬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몸값을 내려도 투자자를 찾기 힘든 부릉. /부릉 홈페이지 캡처
유니콘 도약을 눈 앞에 뒀던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도 ‘셀프 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유치에서 잇따라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 가치를 6000억~7000억원으로 매겨도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선 모양입니다.

유니콘 기업들이 외형적으로는 커졌지만 손실도 함께 늘어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메쉬코리아 매출은 2019년 1614억원에서 지난해 303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1737억원에서 340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은 122억원에서 315억원, 당기순손실은 156억원에서 355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 유니콘 기업들도 몸값 하락 중

우리나라 유니콘만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해외 유니콘 기업들의 몸값도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1년전과 비교해 7분의 1로 폭락한 클라르나. /클라르나 홈페이지 캡처
블룸버그와 같은 외국 언론은 최근 BNPL(후불결제서비스) 업체 클라르나의 기업가치가 1년 전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인 클라르나는 2005년 2월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학 석사과정이던 1981년생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Sebastian Siemiatkowsk)가 동기 2명과 만든 후불결제 서비스입니다. 클라르나는 신용카드가 없어도 무이자 후불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정해진 결제일에 연체 없이 돈을 내기만 하면 무이자입니다. 4회 할부도 가능합니다. 

클라르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이 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를 받기 위해 몸값을 몇 차례 낮췄습니다. 1년 전 기업가치는 456억달러(59조2000억원)였지만 지금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60억달러(7조8000억원)로 신규 투자 유치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가치를 500억달러로 산정해 신규 투자를 유치했지만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자 몸값을 300억달러로 내렸습니다. 그래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자 지난 6월에는 이를 150억달러로 더 낮췄습니다. 하지만 결국 몸값을 60억달러까지 내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지난 5월 클라르나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전세계 인력의 10%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 클라르나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는 5월 23일(현지시각) 영상을 통해 인력 감축을 시사하면서 “직원을 줄인다는 것은 힘든 결정이지만, 회사가 성공하려면 (감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 스트라이프…지금은?

이런 사례는 클라르나뿐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스트라이프(Stripe)’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투자사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는 스트라이프의 비상장 주식을 주당 27.15달러로 평가했습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피델리티는 스트라이프의 보유 가치를 32.05달러로 평가했습니다. 그때보다 15% 떨어진 셈입니다.
스트라이프를 창업한 패트릭 콜리슨, 존 콜리슨 형제. /스트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스트라이프는 2010년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콜리슨, 존 콜리슨 형제가 설립한 전자지급 결제대행(PG) 기업입니다. 블룸버그는 스트라이프를 ‘일곱 줄의 코드’(Seven lines of code)로 소개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이 서비스는 코드 몇 줄만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결제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기업들의 각광을 받았습니다. 

스트라이프는 지난해 944억달러(112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으면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유니콘 스타트업에 등극했습니다. 상장 전 페이스북이나 우버보다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스트라이프 조차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기 위해 그동안 크게 치솟았던 몸값을 낮추는 ‘다운그레이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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