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밥값 부담 정치인들이 덜어준다는데…어떻게?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매일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여야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세금을 물리지 않는 식대비의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이 법안은 이르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데요, 이렇게 되면 직장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 건지,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직장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는 아니고 적게나마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혜택 적용 여부는 소득 수준과 관계가 없긴 하지만 다니고 있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달라 모든 직장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평균 외식비가 오르면서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tvN
일단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부터 살펴볼게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비과세 식비 한도를 지금보다 10만원 늘린다면, 세율 24%가 적용되는 과세 표준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1년에 28만8000원 정도 세금을 덜 내게 됩니다. 과세 표준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의 근로자는 세율 15%를 기준으로 연 18만원 정도 세금을 감면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의 수를 한 달로 나누면 각각 월 2만4000원, 1만5000원씩 세금을 덜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이 정도면 한 달에 8000원 정도 되는 짜장면을 각각 세 그릇, 두 그릇씩 공짜로 먹는 것과 같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한 달에 짜장면 두, 세 그릇이 어디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공짜로 먹을 수 있으면 감사한 시대에 두세 그릇 혜택을 볼 수 있는 걸 두고 ‘짜다고’ 표현하면 배가 불렀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죠.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혜택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아쉬움 마음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월 식비가 10만원을 초과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식비가 10만원이었고, 물가가 오르거나 말거나 여전히 식비가 1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면 사실상 여야가 합심해 비과세 한도를 올려줘도 혜택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간 비과세 한도를 핑계로 식비를 10만원으로 묶어뒀던 회사들이 20만원으로 식비를 올려준다면 그건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또 구내식당 운영 등으로 회사가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 이번 비과세 한도 확대에 따른 혜택을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구내식당의 맛을 떠나 원래도 무상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할 일은 없겠네요.

냉면 한 그릇 1만원, 비빔밥 9500원…점심시간이 무서운 직장인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오늘 점심 뭐 먹지”가 직장인들에게 주는 행복은 컸습니다.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7000~8000원선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곳에 있는 식당들은 직장인들을 위한 푸짐한 점심특선 메뉴들을 한 끼에 1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제공해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외식물가가 치솟으면서 이전 수준의 가격으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국내 외식 물가 지수는 2021년 12월 대비 4.2%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2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4%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주로 먹는 메뉴들은 얼마나 가격이 올랐을까요.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있는 윤두준. 직장인들의 흔한 점심 메뉴 중 하나인 냉면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는 등 물가가 크게 올라 직장인들이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N
2022년 6월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올라온 서울의 5월 기준 냉면 가격은 2021년(9346원)보다 9.9% 올라 한 그릇에 1만원이 넘습니다. 삼겹살은 6.12% 오른 1만7595원, 비빔밥은 6.9% 오른 9538원입니다. 짜장면과 칼국수는 각각 15.56%, 10.8% 올라 6223원, 8269원입니다. 김치찌개 백반은 2021년 처음으로 7000원을 넘은 이후 지난 4월 7154원으로 오르더니 5월에는 7308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말입니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죠.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아무리 값싼 메뉴를 찾아 식사를 하고 테이크 아웃으로 후식 커피 한 잔만 사 마셔도 1만원이 우습게 깨집니다.
실제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점심값이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약간 부담된다고 답한 이들도 39.5%로 집계됐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12년차 직장인 A씨는 “연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오르고, 그 와중에 주식은 떨어져 온 가족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후배들한테 밥도 자주 사 주고는 했는데, 이제는 나 혼자 점심을 사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30대 직장인 B씨 역시 “예전에는 구내식당이 있어도 점심 때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맛집 탐방을 다니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밥값이 하도 올라 바깥으로 점심을 사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도 눈치가 보인다”며 “맛도 없고 양도 적은 구내식당 메뉴를 매일 같이 먹으니 일할 의욕 마저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구내식당 줄 길어지고 편의점 도시락 판매 크게 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전에는 구내식당을 쳐다도 보지 않던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구내식당은 한 끼당 4500~7500원에 식사를 제공합니다. 외식을 하는 것처럼 내 마음대로 메뉴를 고를 수도 없고, 맛 또한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부인을 받는 구내식당들은 낮 12시가 되기 전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합니다. 광화문의 한 기업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재택근무가 해제되고 근처 식당 밥값이 오르면서 외부인이 40%를 차지하는 등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블라인드 등 커뮤니티에서도 각 회사 구내식당들의 가격과 메뉴, 외부인 출입 가능 여부를 공유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런치플레이션으로 점심 한 끼 비용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tvN
5000원 내외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도 요즘 인기입니다. 2022년 5월 1일부터 23일까지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GS25 48.2%, CU 40.7%, 이마트24 52%, 세븐일레븐 20% 증가했습니다.
점심 한 끼를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가 힘든 시대입니다. 식대 비과세 한도를 늘려 세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는 여야의 의도는 아름답지만 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현실적으로 점심식사를 부담없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현재 날뛰고 있는 물가를 잡는 대책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부담없이 직장 동료들과 점심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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