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파먹고, 샤넬 급처분...'짠테크' 들어간 2030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33)씨는 요즘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믹스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찍고 사무실 출근을 했지만, 이젠 커피값이 부담돼 탕비실을 찾는 겁니다. 이씨는 “밖에서 점심을 사먹는데 커피값까지 내고 나면 하루 2만원 가까이 빠져나간다”며 “최근 코인과 주식으로 크게 잃었는데 물가까지 올라 과소비를 할 수 없으니 교통비와 식비부터 아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안모(24)씨 역시 커피값 아끼기에 나섰습니다. 동기들과 과제나 공부를 할 때마다 카페에 가는 것이 부담돼 각자 집에서 영상 회의 플랫폼을 통해 스터디 모임 분위기를 낸다고 합니다. 안씨는 “여럿이 모여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5000~6000원씩 내고 카페에 가는 게 빠듯하다”며 “집에서 화상 회의로 이야기하는 게 돈도 아끼고 서로 편하다”고 했습니다. 

최근 먹거리부터 주유비, 가스?전기요금 등 공과금까지 물가가 안 오른 곳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월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6.7% 올랐습니다. 2008년 7월(7.1%) 이후 13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입니다. 

물가가 치솟자 주머니가 가벼운  20?30세대들은 짠돌이 재테크, 일명 ‘짠테크’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냉파족’(냉장고 파먹기)에 이어 ‘탕파족’(탕비실 파먹기) 등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앱테크부터 공병테크, 헌옷테크까지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는 다양한 방법이 젊은층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하루 단위로 보면 적은 금액이지만, 이 돈을 한 달, 1년 동안 모으면 제법 큰 금액이 된다는 것이죠.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36)씨는 최근 ‘공병 재테크’를 하고 있습니다. 강씨는 “평소 캔맥주를 즐겨 마셨지만, 병맥주가 더 싼 데다 보증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 요즘은 병맥주를 더 선호한다”며 “지난달에 그동안 마셨던 맥주병을 반환해 2만3000원 정도 벌었다”고 했습니다. 

강씨는 ‘공병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짠테크를 실현한 건데요. 소주나 맥주병 등을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져가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주병과 맥주병 라벨에는 각각 빈용기 보증금 표시로 ‘100원’, ‘130원’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습니다. 공병 반납으로 돈도 벌고,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한편 마시고 난 위스키 빈병을 파는 재테크도 인기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스키 가격이 오른 데다 물량도 부족해 빈병이라도 사겠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인데요. 중고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레미마르탱 루이13세 빈병은 25만원에 팔렸습니다. 또 로얄살루트 100캐스트 셀렉션과 일본 히비키 공병은 각각 3만원, 1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헌 옷을 활용해 재테크를 하기도 합니다. 헌옷 수거 업체에 연락해 가지고 있던 옷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헌옷 수거 업체는 일정 무게 이상이면 직접 방문해 수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옷뿐 아니라 신발이나 가방, 커튼 등을 매입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무게가 최소 20kg 이상일 경우에 방문 수거를 한다고 합니다. 

최근 헌옷을 판매해 8000원을 벌었다는 이모(34)씨는 “양이 많으면 헌옷수거함으로 가져가는 것도 일인데, 직접 찾아와서 가져가니 편리했다. 헌옷을 처리했는데 돈을 주니 공돈이 생긴 기분”이라면서도 “20kg을 모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기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폐지줍기’라고 불리는 ‘앱테크’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적은 금액의 돈을 꾸준히 모으는 건데요. 앱을 통해 광고를 시청하거나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일정 걸음 수 달성 등을 하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네이버 마이플레이스는 가게를 방문한 뒤 영수증 사진과 리뷰를 올리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첫 방문한 가게는 50원, 재방문이라면 10원을 지급하는데, 이 서비스는 정식 오픈 이후 1년 만에 이용 건수가 1억4000만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한편 ‘플렉스’(소비 자랑) 문화와 함께 떠올랐던 리셀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값이 치솟았던 명품과 한정판 운동화의 리셀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 것인데요. 물가 상승으로 주소비층이었던 2030 세대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입니다. 실제로 정상가가 1180만원인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의 리셀가는 2022년 1월 14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1100만원대로 20%가량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발매가 18만9000원이었던 나이키 ‘조던1X트래비스 스캇’ 역시 2022년 2월 320만원까지 리셀가가 올랐다가 최근 150만원대로 낮아졌습니다. 

매일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대중교통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지하철 '정기승차권'인데요. 충전 방식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44회분 월정액 요금으로 지하철을 월 최대 60회까지 탈 수 있습니다. 사용기간은 충전일부터 30일 이내입니다. 

또 서울전용정기권은 30일 동안 5만5000원으로 지정 구간에서 60회 승차가 가능합니다. 기본운임 1250원을 기준으로 44회 이상 이용하면 본전을 뽑을 수 있는데, 주말까지 꽉 채워 이용하면 매월 16회분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입니다. 월 최대 2만원, 연간 24만원까지 아낄 수 있는 것이죠. 

그동안 정기승차권은 버스 환승에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앞으로는 '지하철·버스 통합정기권'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10㎞ 구간 60회 통행 시 현행 지하철·버스비는 7만5000원인데, 통합 정기권이 도입되면 5만5000원으로 26.7% 할인됩니다. 수도권 30㎞ 구간은 9만9000원에서 6만1700원으로 37.7%의 할인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할인 금액과 이용 횟수 등은 전문기관 검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