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5조 투자도 못 지키고 또 53조 약속을…이번에도 ‘아니면 말고’? [5년약속 팩트체크 ⑩]

2022년 5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선두주자인 포스코가 밝힌 향후 5년간의 투자 계획을 보면 ‘아우가 형님보다 배포가 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산총액 96조3491억원으로 재계 6위인 포스코가 5위인 롯데(자산총액 121조5887억원) 보다 더 많은 투자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기업의 활발한 투자는 곧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만큼 더 큰 회사보다 더 큰 투자 보따리를 푼 포스코의 배포 큰 계획에 재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외에 총 5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발표한 37조원 보다 16조원가량 많다. 하지만 롯데가 밝힌 투자 계획은 국내 산업에 한정된 것이라, 국내 투자로만 보면 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포스코보다는 롯데 투자가 더 많다. 롯데가 얼마나 해외 투자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두 그룹이 발표한 투자금액을 놓고 보면 포스코가 롯데보다 더 많다.

철강, 이차전지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 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 집행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광양제철소 4고로에 불을 넣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향후 5년간 크게 4개 사업 분야에 33조원의 국내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철강 산업 20조원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 5조3000억원 △에너지·건축·인프라·식량 산업 분야 5조원 △미래사업 발굴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벤처투자 및 연구·개발 2조7000억원 등이다. 
철강 산업 투자금은 친환경 생산체제 전환을 위한 전기로(電氣爐) 신설과 친환경 설비 도입, 전기차 모터용 철강제품 기술력 강화 등을 위해 쓰인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고로(高爐)를 전기로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 투자금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설비를 증설하고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는데 쓸 예정이다. 포스코는 2019년 각각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던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한 ‘포스코케미칼’을 설립했다. 음극재와 양극재는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음극재는 충전 속도와 수명을,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한다.
해외투자에 쓸 20조원도 이차전지 부문에 주로 할당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투자 금액을 어떻게 나눠쓸 것인지는 대외비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주로 친환경 철강 원료 및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원소재 확보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리튬 1단계 착공식.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했던 220만톤 보다 6배 많은 1350만톤으로 드러나면서 화제를 모았다. 포스코는 또 2021년 음극재의 원료인 흑연의 수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호주의 흑연 광산을 확보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2018년 내놓은 투자 계획은 미완성
포스코의 투자 계획은 일단 그럴듯해 보인다. 그룹이 강점을 가진 부문과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부분에 주로 투자해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계획을 계획한 대로 지킬 수 있는 지 여부다. 포스코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18년 “2023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45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당시 포스코가 약속한 45조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그룹 전체 투자금인 18조원의 2.5배 수준이라 다소 무리해 보였지만,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내용이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포스코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포스코는 정확한 투자 이행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투자가 차질을 빚은 이유에 대해 그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에 하던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포스코는 신사업 부문에 투자를 하겠다고 한 비중이 높다 보니 아무래도 투자 집행이 더 쉽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며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 보다 신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에 위험이 더 큰 게 사실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코로나 변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 중의 악재였고 포스코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실제 포스코의 매출은 2017년도 60조6551억원에서 2018년 64조9778억원으로 올랐다가 코로나가 점화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64조3668억원과 57조7928억원을 기록하며 점차 낮아졌다. 코로나 영향이 점차 줄어들었던 2021년에는 경기 회복과 세계 철강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76조4000억원이라는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매출로 미뤄볼 때 코로나 등으로 인해 투자 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웠다는 포스코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지는 않겠지만 애초의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에 내놓은 53조원이라는 투자계획에도 물음표가 달리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투자 계획과 달리 채용 계획은 그래도 순항 중
불안해 보이는 투자 계획과 달리 채용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포스코는 2018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만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함께 밝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9700명을,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1만300명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채용 계획은 기존 목표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투자에 비하면 순조롭게 이행되는 편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포스코는 9329명을 채용했다. 예상보다는 4% 미달한 수준이다. 2018년 말 기준 포스코 임직원 수는 3만4522명이었다. 2021년도 말에는 3만6096명으로 1574명 늘었다.
9329명을 채용했는데 실제로 늘어난 직원 수가 1574명에 불과한 이유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정년으로 인한 은퇴와 이직·창업에 따른 자발적 퇴사 등 자연 감소분이 반영된 수치”라고 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요즘은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20% 정도는 1년 안에 회사를 나가는 조기 퇴사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및 리튬 생산 등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만큼 2022년부터 2023년까지 1만여명을 새롭게 뽑겠다는 채용 계획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경기만 뒷받침된다면 2022년 발표한 향후 5년(2022~2026년)간 2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 역시 한 해 추가로 1000명씩만 채용하면 가능한 일이라 크게 어렵진 않을 수 있다.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