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엉뚱한 짓’, 벤틀리도 따라 하네”

꿀벌 집단 실종에 명차 브랜드도 직접 양봉 나서
UN 보고서 “꿀벌 경제적 가치 연간 최대 740조원”
꿀벌 집단 실종은 기후변화∙살충제 등 복합 원인 탓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양봉협회 조사 결과 2022년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키우는 220만여개 벌통 가운데 약 39만개(17.2%) 벌통에서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집단으로 실종된 꿀벌은 78억마리나 됩니다. 협회가 집계하지 못한 농가까지 포함하면 80억마리가 넘는 꿀벌이 모습을 감춘 겁니다.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되는 것을 벌집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 부릅니다. 군집붕괴현상에서 군은 여왕벌 한 마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꿀벌 집단을 의미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군에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죽는 현상을 벌집군집붕괴현상이라 합니다.
국립생태원 연구미디어 유튜브 캡처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2006년의 일입니다. 2006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처음으로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졌습니다. 지역에서 벌집 수가 30%에서 90%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년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최근처럼 80억마리에 달하는 꿀벌이 한 번에 사라진 건 처음입니다. 경제적 손실을 입은 양봉업자들은 “집단 실종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게 더 공포”라고 말합니다.

◇꿀벌과 인류, 공동 운명체라는데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생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꿀벌 실종은 양봉농가의 생계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식량난에 빠지게도 할 수 있습니다. 
UN 보고서를 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중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受粉)에 의해 자란다고 합니다. 수분이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생식이 불가능해집니다. 아몬드·사과·포도·복숭아·딸기·호두·수박 등이 모두 꿀벌의 수분으로 자라죠. 때문에 꿀벌의 실종을 가볍게 여길 게 아니라는 위기감이 지구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팀은 꿀벌이 실종되면 연간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15년 내놓기도 했습니다.
꿀벌이 없으면 사람이 꿀벌 대신 직접 손으로 작물을 수분시켜줘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쓰고 있는 방법인데요, 양동이에 담긴 꽃가루를 빗으로 꽃에 발라줍니다. 하지만 사람이 대신 꿀벌 역할을 하는 데엔 한계가 있죠. 꿀벌처럼 작은 몸집으로 빠르게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겨줄 수는 없으니까요.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300조원에서 최대 739조원으로 추정할 정도입니다.
KB금융지주가 본사 건물 옥상에 설치한 양봉장. /KB금융 제공
◇꿀벌은 왜 사라졌을까?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실태 파악을 위해 최근 농촌진흥청·농림축산검역본부·지방자치단체·한국양봉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합동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꿀벌응애 등 해충과 말벌의 공격, 과도한 살충제 사용,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봉업자들 사이에선 기후변화와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가 꿀벌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많습니다.
꿀벌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 진드기입니다. 꿀벌 군집을 붕괴할 정도로 파괴력이 큽니다. 꿀벌응애를 없애려고 살충제를 뿌리는데요, 이 살충제를 과도하게 쓰면 꿀벌 발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살충제를 뿌려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꿀벌을 잡아먹는 아열대성 육식 곤충인 등검은말벌은 살충제를 써도 꿀벌 보호에는 역부족입니다. 기후변화도 꿀벌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상기후는 일벌의 세력을 약화시켜 수분 활동 후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합니다.

◇벌 키우는 은행, 꿀 만드는 슈퍼카 브랜드
이에 여러 나라 정부와 연구기관, 환경단체 등이 꿀벌 보호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꿀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업에서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차원에서 벌을 직접 키우거나 꿀을 만들기도 합니다.
KB금융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 건물 옥상에 꿀벌 약 12만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양봉장을 설치했습니다. 도시 양봉을 하는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손을 잡고 꿀벌 개체수 늘리기에 동참한 것입니다. KB금융은 또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손잡고 강원도 홍천에 밀원 숲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밀원은 꿀벌의 먹이를 말합니다. 밀원 숲은 꿀벌이 꽃꿀, 꽃가루와 수액을 수집하려고 찾아가는 식물인 밀원식물로 조성된 숲을 뜻합니다. 밀원 숲은 꿀벌이 살기 적합한 서식지로 꼽힙니다. 대표적인 밀원식물로는 옥수수·유채·해바라기·밤나무·헛개나무·백합나무 등이 있죠. 사측은 앞으로 4년간 강원도 홍천에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그루를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포르쉐가 만든 벌꿀(위 사진)과 포르쉐코리아가 서울 강남 대모산에 조성한 꿀벌정원. /포르쉐 제공
자동차 회사도 꿀벌 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포르쉐(Porsche)가 있습니다. 포르쉐는 독일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 132만㎡ 부지에서 꿀벌 약 300만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1년에 약 400kg의 꿀을 만듭니다. 포르쉐가 만든 벌꿀은 라이프치히 서비스센터에서 1병당 8유로에 판매합니다. 2021년에는 포르쉐코리아도 꿀벌 보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강남 대모산에 꿀벌정원을 조성하고, 연면적 247㎡ 규모 부지에서 벌을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의 명차 브랜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양봉업자입니다. 롤스로이스는 2017년 본사 근처에 꿀벌 서식지를 조성하고 약 25만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벤틀리도 2019년 영국 공장에서 12만마리의 벌을 키우기 시작했죠. 두 회사는 포르쉐처럼 벌꿀을 팔지는 않고, 자사 고객에게 선물한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연예인들도 꿀벌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새뮤얼 잭슨, 스칼렛 요한슨은 자신의 집에서 직접 꿀벌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을 뒷마당 양봉(backyard beekeeping)이라 부릅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모건 프리먼은 미국 미시시피에 15만평짜리 목장을 마련하고 직접 양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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