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이라더니…개발자 절반 이상은 4000만원 미만

개발자 5362명 설문조사 결과
열에 넷 정도만 연봉 4000만원 넘어
억대 연봉은 2%에도 못 미쳐


바야흐로 개발자 전성시대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개발자’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IT 업계는 물론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억대 연봉과 보너스, 스톡옵션을 받는 개발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모든 개발자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건 아니었다. 개발자 절반 이상이 연봉 4000만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개발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발자 절반 이상이 연봉 4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개발자 10명 중 6명, 연봉 4000만원 미만 

지난 4월 5일 개발자 커리어 플랫폼 ‘프로그래머스’ 운영사 그렙은 ‘2022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를 발표했다. 프로그래머스를 이용하는 개발자 5362명을 대상으로 2021년 12월 3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는 국내 개발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목적으로 매년 상반기에 발행한다.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3.5%만이 연봉 4000만원 이상을 받는다고 답했다. 개발자 중 절반 이상(56.5%)이 연 4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고, 1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답한 개발자는 전체의 2%도 되지 않았다.

개발자 영입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처우 개선과 보너스, 스톡옵션 제공이 화제가 됐지만, 모든 개발자가 고액의 연봉을 받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2022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의 개발자 연소득 조사 결과. /그렙
2021년 말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개발자 트렌드 리포트 2021’에서도 개발자의 평균 연봉 추정치는 57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3000만~3999만원이 19.7%로 가장 많았고, 4000만~4999만원(19.4%), 6000만~6999만원(16.1%), 5000만~5999만원(15.5%) 순이었다.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은 2021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쿠팡이 신입 개발자에게 최고 연봉 6000만원을 제시하자 넥슨,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입 초봉 6000만원 시대에 동참했다. 

2021년 말엔 당근마켓이 개발자 초봉을 6500만원으로 올리고 스톡옵션까지 제시했다. 여행 플랫폼 기업 여기어때는 리더(팀장)급 개발자에게 연봉 외에 사이닝 보너스 4000만원과 스톡옵션 최소 6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022년 초에도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이 채용공고를 내면서 신입 개발자에게 초봉 8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신입이 이 정도니 경력 개발자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게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개발자 부족은 IT 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난제 가운데 하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소프트웨어 분야 신규 인력 수요가 35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인력 공급은 32만4000명으로 전망돼 3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불균형이 개발자 임금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개발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웹개발자로 일하는 이모(30) 씨는 “주변에는 여전히 낮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이 많은데 하루가 멀다하고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준다는 기업을 볼 때면 허탈할 때가 많다”며 “모든 개발자가 다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개발자 10명 중 7명,  주 1회 이상 야근

이번 리포트에는 연봉 외에도 개발자의 현실을 말해주는 다양한 결과가 담겼다. 

‘2022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설문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3%가 주 1회 이상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10명 중 7명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야근을 하는 셈이다. 개발자는 밤샘과 야근이 많아 근무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야근을 하거나, 거의 매일 야근한다는 응답도 13.04%나 됐다.

한편 야근을 하지 않는 응답은 34.67%로 전년(28.9%)보다 소폭 상승했다. 개발자의 야근?밤샘 문화가 조금은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연기한 배우 남주혁. /tvN
그렇다면 개발자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뭘까? 이들은 연소득·인센티브·스톡옵션 등의 금전적 보상(60.3%, 중복응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나타났다. 다음으로 동료(55.1%)와 개발 스택·환경(47.7%)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개발자들이 회사를 선택하는 이들 상위 3가지 조건은 매년 변하지 않는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발자들의 근무 형태는 어떨까. 코로나19로 라인 플러스, 직방 등 많은 IT 기업들이 연이어 재택근무 체제를 선언했지만 실제 개발자의 49.5%는 회사로 출근한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개발자는 38.3%, 재택근무만 하는 개발자는 12.2%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87.8%의 개발자는 어쨌든 회사로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전체 응답자의 25.3%가 서울시 강남구에서 근무한다고 답했다. 강남이 개발자들이 몰려 있는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셈이다. 

최근에는 개발자 수요가 많은 기업들이 강남으로 자리를 경우도 늘고 있다. 프로그래머스는 “몇몇 기업들이 개발자 채용을 위해 강남으로 소재지를 옮기는 것은 개발자 선호지역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IT 기업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경기도 성남시(14.5%)가 2위, 서초구(6%)가 3위를 기록했다.

개발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코딩 편집툴(최대 2개 선택)은 Visual Studio Code(56.3%), IntelliJ(29.6%), Eclipse(17.7%) 순이었다. Visual Studio Code는 2020년 46.5%와 비교해 10% 가까이 사용량이 증가했다. 

또 새롭게 배우고 싶거나 배울 필요성을 느끼는 코딩 언어는 Kotlin(15.5%), Go(15.3%), TypeScript(12.5) 순이었다. 2020년 1위를 차지한 Python의 경우 4위로 하락했는데,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Python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들이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중복응답)은 각 기업의 채용 페이지(44.0%)였다. 다음은 개발자 채용 정보만을 다루는 프로그래머스(42.1%)였으며, 일반 채용 플랫폼에서는 원티드(41.0%)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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