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1%, 순자산은 얼마?

1년 새 자산 커트라인 3억원 오른 29억2000만원
월 2000만원쯤 벌고, 평균 부채는 4억7000만원
우리나라에서 사치품·고급 외제차·강남 아파트·백화점 VIP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른바 ‘상류층’의 삶은 대중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상위 1%의 삶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도 많죠. 최고시청률 23.8%를 기록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담았습니다. 2021년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관통하는 주제도 결국 돈이죠.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상위 1%에 들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것이라 추측할 뿐이죠.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상위 1% 안에 들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자산가들은 한 달에 생활비로 얼마를 쓰는지 알아봤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에 대해 평가하는 대치동 14년 차 학부모. /JTBC News 유튜브 캡처
◇최소 29억원 있어야 상위 1%
2021년 기준 상위 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29억2010만원이었습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의미합니다. 언뜻 보면 생각보다 기준이 낮아 보이지만, 부동산 대출 등 부채를 뺀 순수 자산이 적어도 30억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위 1% 가구의 평균 총 자산은 51억원이었습니다. 평균 부채는 4억700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9.2%인데요,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비율(17.5%)보다 8.3%포인트 낮았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1%는 보통의 가구보다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빚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위 1% 가구는 80%가량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산 대비 부채 금액은 크지 않았고, 담보대출 비중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담보대출이란 금융회사가 부동산 같은 물적 담보를 설정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거래를 말합니다. 담보대출은 고객의 신용도를 보고 돈을 내어주는 신용대출보다 대출 기간이 길고 금리가 낮습니다. 대출 규모도 크죠. 자산가들은 마이너스통장 같은 신용대출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부채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했죠.
요즘 해외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재테크로 젊은 나이에 큰 부를 거머쥔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상위 1%에서 304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50대(25.3%)와 70대(21.4%)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상위 1% 가구는 50대 이상이 전체의 88.5%를 차지하는데, 최소 50대는 넘어야 자산관리형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 소득은 2억1500만원, 부동산 자산 최다
대한민국 상위 1% 10명 중 9명은 본인 명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중에서도 50평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자산 유형은 금융자산이 17.8%, 실물자산이 82.2% 수준이었습니다. 자산 대부분 부동산이란 뜻입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 자산이 30.6%, 거주 외 부동산이 48.1%를 차지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이 더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연 수입은 얼마쯤일까요? 상위 1% 가구의 가계부를 살펴보면 연 소득은 2억1571만원이었습니다. 급여나 사업 소득으로 1년에 1억3136만원을 벌었습니다. 은퇴한 자산가들은 급여나 사업 소득이 없는데도 연 평균 1억2932만원가량을 벌었습니다. 이자나 배당으로 얻은 소득이죠.
영화 '돈' 스틸컷
상위 1%의 월 평균 생활비는 479만원 정도였고, 그중 식비가 140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을 교육비(67만), 주거비(56만원) 등이 이었죠. 이들은 생활비로 한 달에 500만원 가까운 돈을 쓰는 데도 월 평균 750만원 정도의 잉여자금을 남겼습니다. 1년간 쓸 것 쓰고 남은 돈만 더해도 9000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돈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로 이어져 더 높은 수입으로 돌아옵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죠.

◇1년 사이 커트라인 3억 올라···상위 0.1%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줄었지만, 상위 1% 자산가에 들어가기 위한 자산 기준은 더 올랐습니다. 2020년 상위 1% 가구의 순자산은 26억1000만원이었는데요, 1년 사이 29억2010만원으로 12%가량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군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더 끌어다 썼지만,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유동성 증가의 혜택을 입었습니다. 풍부해진 유동성을 활용해 여러 분야해 투자해, 소득을 더 늘렸죠.
자산가들은 노후 준비에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노후 생활비로 한 달에 약 522만원을 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노후 준비 상황에 대해서 상위 1% 가구의 절반(53.8%)은 ‘잘 되어 있다’고 답했고, ‘보통 이상 준비해놨다’고 답한 비율까지 더하면 전체의 96.2%가 노후 준비에 걱정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1% 가구의 자산 수준이 이 정도라면, 상위 0.1%는 어떨까요? 2021년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77억원이었습니다. 상위 0.5%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38억7800만원, 상위 5%는 13억3510만원이었습니다. 모두 전년 대비 자산 커트라인이 5~16% 올랐습니다. 빚을 뺀 순자산으로 적어도 10억원에 가까운 돈(9억731만원)이 있어야 상위 10% 가구에 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21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1949만5000명의 1인당 평균 급여는 3828만원이었습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4600만원 수준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상위 10% 가구에 속하려면 월급을 쓰지 않고 20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셈이죠. 
대한민국 상위 10% 안에 드는 게 모든 직장인의 꿈은 아니겠지만, 급여만으로 자산가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왜 많은 직장인이 동학개미를 자처하면서 생활비를 쪼개 주식에 투자하고, 롤러코스터처럼 장이 오르내리는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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