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 편의점보다 2배 많아”…대한민국 ‘커피 보고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하루 1잔 이상 마셔

‘점심 후 커피 한 잔’은 대한민국 직장인의 루틴이 되었다. /픽사베이

얼마 전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얼마전 가계부를 보고 한 달 소비가 50만원 가까이 줄어든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지만 이 정도로 줄어들지 미처 몰랐던 거죠.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커피값. 회사에 나갈 때 매달 15만원 가까이 쓰던 커피값이 굳었던 거였습니다.


“원래는 출근길에 회사 앞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들어가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말에도 카페에 가게 되고 커피를 달고 살더라고요. 요즘은 캡슐 커피를 마시니 그나마 커피값 부담이 줄었네요.”


점심 후 한 손에 든 테이크아웃 커피잔은 대한민국 직장인임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필수재라는 의미에서 ‘점심 후 식후땡’을 수혈(輸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 규모는 이제 1조원 가까이 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커피 수입액은 9억 1648만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었습니다. 2021년 커피 수입량은 18만9502톤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편의점보다 카페가 더 많은, 명실상부한 커피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2021년 12월 기준 커피음료점은 8만3363개로 4년 전인 2017년(4만4305개)보다 88% 늘었습니다. 편의점은 전국 4만8458개로 그 수가 커피음료점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죠.


우리나라 커피 소비의 중심축은 단연 직장인 군단입니다. 광화문이나 여의도, 판교 같은 업무지구에 가면 거리 하나를 두고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여러 군데 있기도 합니다. 출근 시간대나 점심 시간대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커피점 앞에는 늘 길게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커피란 어떤 의미일까요? 커피를 둘러싼 대한민국 직장 문화를 잡스엔이 들여다봤습니다. 


직장인 문화를 상징하게 된 커피. /사람인 제공

◇허리 휘는 커피값, 최고 복지는 ‘사무실 캡슐 커피’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회사에서 ‘커피계’를 들고 있다고 합니다. 따로 탕비실이나 부서 경비가 있지는 않아, 점심을 같이 먹는 동료들끼리 캡슐 커피 머신을 들이고 회비를 걷어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매번 4000원씩 드는 식후 커피값을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죠. 


그런데 얼마 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신입사원이 커피 머신을 쓰기 시작하자 회비를 갹출하지 않은 다른 동료들도 눈치를 보며 커피를 뽑아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말하자니 치사한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억울해지는 거죠. 결국 캡슐을 B씨가 보관하고 있다가 커피계 회원들만 B씨에게 하루 한 번 캡슐을 타 가고 있다고 합니다. 


B씨의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가파르게 오른 커피값에 있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커피값은 월 평균 12만원. 이러니 커피 머신이 사내 복지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밖에서 커피를 사먹는 직장인 중에는 회사에서 매일 아침 텀블러를 씻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 이용 고객에겐 300원 안팎을 할인해주기 때문이죠.


2022년 들어서 스타벅스를 필두로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폴바셋이 줄줄이 커피 가격을 올렸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폴바셋 아메리카노는 43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죠. 곧 ‘아메리카노 5000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커피 업계 매출은 커피값 인상 전에도 계속 오름세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2021년 한 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1년 3분기까지 스타벅스의 한 해 누적 매출은 1조7274억원이었죠. 


대한민국 직장인 중에 스타벅스 기프티콘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이는 없을 겁니다. 스타벅스 매출을 보면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죠. 2000년 86억원이던 스타벅스 매출은 2016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그 두 배 규모로 매출을 늘린 것입니다. 


◇상사는 담배보다 커피를 더 싫어해 


스타트업 관리직으로 있는 C씨는 요즘 커피 사러 나가는 직원이 유난히 꼴보기 싫다고 합니다. C씨 회사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덕에 근무시간 중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가는 정도는 용인되고 있습니다. 


C씨는 “과거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사내 정치를 했다면, 요즘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커피팸(커피패밀리)이 사내 정치 주축인 것 같다”며 “무엇보다 한 번 나가면 30분은 기본이니 담배 피우러 나가는 직원만큼이나 커피 마시는 직원이 신경쓰인다”고 했습니다.


2019년 사람인이 조사한 설문을 볼까요?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하루 1잔 이상 커피를 마십니다. 2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는 사람이 31.2%로 가장 많았죠. 3잔 이상 마신다는 비율도 21.8%나 됐습니다. 하루에 2~3잔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이 집에서 퇴근 후 몰아서 커피를 마시진 않겠죠. 


이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뭘까요? 3위가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15.5%)’라는 답을 했습니다. 커피도 일종의 사회 생활이 된 셈이죠. 1위는 ‘잠을 깨기 위해(25.6%)’라니 이 역시 회사 생활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겠네요. 2위는 ‘습관적으로(20.7%)’, 4위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12.9%)’였습니다. 


대기업 직장인 D씨는 C씨 얘기를 전해듣고 항변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속은 쓰리지만 업무할 때 집중력이 높아져요. 동료들과 껄끄러운 얘기도 커피 한 잔 놓고 부드럽게 전할 수 있으니, 이쯤되면 오히려 회사에서 커피 마시기를 장려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회사 입장에서 커피 마시는 직원을 달가워해야할지 아니꼽게 봐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은 ‘카페인 두통’에 시달린다

‘습관적으로’ 출근해 커피를 들이켠다면, 혹시 주말에 자주 두통에 시달리지는 않으시나요? 평일보다 커피를 덜 마시는 주말이 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직장인들이 더러 있는데요, 이런 두통을 ‘카페인 금단성 두통’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카페인이 혈관을 수축하는 작용을 하며 두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주말에 끊으니 혈관이 팽창하면서 일시적으로 머리가 아픈 것이죠. 그렇다고 주말까지 과도하게 카페인을 들이켜는 게 건강에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커피를 둘러싼 이모저모들이 피로한 우리 사회의 징후를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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