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하겠다며 만든 포스터로 대박친 공무원

  • 글 jobsN 안중현

일반 기업들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보하는 시대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콘텐츠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그 어렵다는 시정(市政) 홍보로 인터넷 세상에서 화제가 된 곳이 있다. 충주시 페이스북이다. 예를 들어 9월 8일 충주시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구마 축제 홍보물은 18일 오후까지 2305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369회 공유됐다. 얼핏 보면 내용이 수준이하다.
충주시가 올해 9월 열린 고구마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충주시청 페이스북

'고:고구마, 구:구우면, 마:마시쩡'

초등학생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삼행시를 담고 있는 그릇인 페이스북 게시물도 초등학생이 그린 듯하다. 충주시 페이스북엔 이런 게시물이 잔뜩 있다. 

충주시 고구마 축제 홍보 포스터/충주시청 페이스북

게시물은 그림판으로 그린 것 대충 그린 것 같은 이미지와 기본 폰트로 꽉 차있다. 이른바 '저퀄'(저퀄리티)이다. '고퀄'(고퀄리티) 홍수시대에 저퀄이지만, 재치 넘치는 게시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충주시청 SNS담당자 조남식(30) 주무관을 만났다.

 그가 충주시 SNS를 맡은 지 1년만에 충주시 페이스북 팔로워는  2배(1만 6000명)로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방문자 수는 70만명에서 160만명으로 증가했다.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조남식 주무관/조 주무관 제공

◇뜻밖의 발령으로 시작한 페이스북, "밥값은 하고 싶었다"

조 주무관은 2012년 공무원이 됐다. 면사무소에서 2년 반을 일한 그는 2015년 충주시청 규제개혁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규제개혁팀에서도 조 주무관은 '에이스'였다. 업무평가에서 'S급'을 받았고, 충북도내에 업무 실적 1등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7월 홍보담당관실로 자리를 옮겼다.

"규제개혁팀 일이 적성에 맞아서 잘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인사였습니다. 콘텐츠 만드는 것을 배워보고 싶어서 '공무원 작가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저를 눈여겨보신 과장님이 홍보담당관실로 가시면서 저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셨나 봐요."
그는 지난해 7월 8일부터 충주시의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맡았다. 그가 만든 충주 호수 축제 포스터가 조회 수 10만건을 넘기며 '대박'을 쳤다. 이어 만든 지역 특산물 살미 옥수수 포스터에도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지난해 충주 호수 축제를 홍보하면서 조 주무관이 만든 포스터/충주시 페이스북
"예상치 못한 인사에 당황했지만, 기왕 하는 거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일단 홍보라는 게 사람들이 많이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공무원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볼까를 고민했습니다. 호수 축제 포스터에 정보통신과장님을 등장시켰는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해당 게시물은 조회 수가 10만을 넘어섰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죠." 
지난해 충주시청 페이스북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옥수수 홍보 포스터/충주시청 페이스북

첫번째 포스터에 등장한 정보통신과장이 두번째 포스터를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호수 축제 포스터에 등장한 과장님께서 '수고했다'며 옥수수를 주셨어요. 먹어보니 맛있는 겁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옥수수 농사를 지으셔서 자주 옥수수를 먹는데, 그것보다 훨씬 맛있는 겁니다. 그래서 옥수수 홍보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저퀄'에 화가 난 '윗분'들이 타박도 했다고 한다.

"이게 공공기관에서 나올만한 퀄리티냐는 거죠. 하지만 SNS에서 화제가 되고,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아시고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 "

◇보는 사람 입장에서 콘텐츠 만들어야 성공한다

조 주무관은 사실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잠깐 미술학원을 다닌 게 전부란다. 개인용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 때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라서 관련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픽을 하려면 포토샵 같은 걸 써야 하지만, 쓸 줄도 모르고, 쓸 줄 안다고 해도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쓸 수도 없죠."

그가 포스터를 만들 때 쓰는 툴은 파워포인트다. 파워포인트 기본 도형을 이용해서 그림을 만들어 낸다.  사진을 쓰려고 해도 저작권이나 초상권이 문제 될까 봐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제약이 지금의 충주시 SNS를 있게 한 셈이다.

그가 포스터를 만들 때 주로 쓰는 방식은 '패러디'다. 유명 영화를 패러디 하는가 하면,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캐릭터를 활용한다. 나아가 충주시청 간부들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윗분'들을 등장시킨 포스터/충주시청 페이스북

"사람들이 보면 딱 알 수 있는 걸 가져다 쓰면 일단 주목할 확률이 높습니다. 거기에 높은 분들을 등장시켜 합성하면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기도 하더군요. 처음엔 사진만 달라고 해도 꺼려하시던 윗분들이 이제는 '나는 언제 등장하느냐'며 넌지시 물어보시기도 할 정도가 됐죠."

그는 또 철저히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했다.

충주시 시정 홍보 포스터/충주시 페이스북

"제가 봐도 퀄리티 높은 다른 지자체의 홍보물은 예쁘긴 하지만, 너무 빡빡해요. 모든 정보가 한 장에 다 담겨있죠. 보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이곳에 유별난 축제가 있고, 여기 가보면 이런 식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식으로 친한 친구에게 알려주듯이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기분 좋게 보지 않을까요?"

충주시청의 SNS가 화제가 되자 올해 초 조 주무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중앙행정기관 온라인 홍보담당자 전문교육에 강연자로 초빙되기도 했다. 44개 부처 공무원 6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그는 자신만의 비결을 널리 알렸다.

충주시 이전에 유명한 SNS가 몇 곳 있었다. 그중 '선두주자'가 부산경찰 SNS다. 18일 기준 부산 경찰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는 34만명을 넘는다.

"시장님이 경찰 출신이신데요, 우스갯소리로 '부산 경찰을 따라잡아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기관에서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저는 조금씩 바꿔가며 편하게 따라갈 수 있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홍보담당자로서 부산 경찰의 아성을 넘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부산 경찰의 아성을 넘기 위해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비장의 무기는커녕, 당장 올해는 또 무엇을 만들지 머리가 아픕니다. 밑천이 다 떨어졌어요. SNS로 주목을 받아 부담스럽긴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된 카드 뉴스, 동영상 등의 새로운 시도로 충주시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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